소중위 시절엔 내가 '직업군인'으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장기가 되었을 땐 내가 그래도 쓸만한 놈이긴 한가보다 했다.

나는 스스로 부대를 위해서 적잖이 헌신하는 간부라 여기며, 나름의 자부심을 가졌다.

그땐 내가 참 열심히 하는 놈이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그저 내가 적어도 무능하지 않다는...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발악일 뿐이었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필요한 때 해결사 노릇을 하며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자가 바로 나이길 바랬다.

그러나 나는 침착함이 부족하고 소심한 사람이었고, 조바심을 느끼는 상황에 처하면 평소보다 거칠고 투박한 언행이 나오곤 했다.

그럴때면 나라는 인간은 참으로 품위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점차 군인, 장교로서 스스로의 자질과 영향력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서 보안사고로 징계를 받게 되었다.

서글펐지만 한편으로는 '너는 자질이 없으니 이제는 전역하라'는 메세지 같아서 '드디어', '마침내'라는 생각도 했다.

전역일자가 다가옴을 느끼며 부대를 두 번 정도 옮겼다.

3년, 2년, 1년, 6개월 남은 지금까지... 나름 좋았다. 

이제 남은 반년은 취준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시험준비를 해야 한다.

씁쓸하게 생각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레벨업 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려 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늦깎이 취준생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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