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현역으로서 부대 출근이 끝났다.

나름 긴 14년여의 군 생활을 했지만 내 능력 부족 때문에 쪼매 아쉽게 대위 계급으로 마무리 한다.

씁쓸한 마음 보다 훈훈한 감동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신 마지막 부대, 마지막 전우들에게 감사한다.

예전 같으면 잠시나마 핵인싸로 빙의해서 그동안 함께했던 모든 사람들 떠올리며 하나하나 전화하고 문자 돌리고 했을꺼다.

사실 지금은 민망하고 번거롭다. 준비중인 시험에 합격해서 안정되면 그 때 연락하고, 신나서 약속도 잡고 그러려고 한다.

다만 지금의 시점에 내가 이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나간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간접적으로나마 알리고 싶어 몇 글자 남긴다.

 

두 달 남았을 때는 당직근무가 서기가 너무 싫어졌다.

그래서 남은 근무를 계산한 뒤 모두 앞당겨서 서버렸다. 

한 달 남았을 때는 출근하기가 너무 싫어졌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한숨을 쉬었다.

3주 정도 남았을 때는 사나이의 석별의 정을 나눠야 하니깐 저녁식사나 회식날짜를 잡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약속이 잡히면서 내가 꽤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수험생이 이라믄 안되는데... 하며 자책했지만 이미 공부는 뒷전.

열심히 먹고 마시며 마지막을 흥하게 보냈다.

 

기억나는 아름다운 장면들 나열해본다.

 - 대장님께서 후배들과 함께 식사자리를 마련해주시면서, '헌철이 때문에 모인거야' .

 - 옛 소대원들과 13년만에 모였다. '형도 그 때 어렸는데, 정말 고생했어'

 -  말년에 부주의로 차량사고 보고를 했다. 수송관, 대장님 모두 똑같은 쿨함.  '다친 사람은 없지? 알았어.'

 -  회식하고 나올 때 내가 과장이니깐 또 계산대 앞까지 (천천히) 걸어가는데... 탄약관 이미 결제 완료. '한번 사고 싶었습니다'

 -  부대에 하나 있는 보병 후배. 마지막 날 로또를 선물해주며.  '잘하는 보병 중위가 되겠습니다' 

 -  BOQ 두 마리 기러기 중 한 마리. 내 단짝이었던 시설관님.  '과장님 가심 전 이제 아무것도 안해요'

 -  안전관님, 교관님 (소고기를 사주시며... 츄릅).  '언제든 힘들 때 놀러와요' 

 -  3중대장님. 마지막 저녁식사를 사주시며. '공부 많이해서 9월에 홍어 먹으러와'

 -  그리고 행보관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  '합격하시고 꼭 놀러오셔야 됨다'

 -  '새로운 앞날을 응원합니다. - 군수과 일동'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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